서론: 50년 만에 다시 깨어난 악몽

2023년 10월 7일 새벽, 전 세계는 믿기 힘든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1973년 욤 킵루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지 정확히 50년이 되던 이튿날,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이슬람 무장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고 장벽을 넘어 기습 공격을 감행한 것입니다.

'알아크사 홍수(Operation Al-Aqsa Flood)'로 명명된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인질이 가자지구로 끌려갔습니다. 첨단 정보력과 방공망 '아이언 돔'을 과신하던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가장 뼈아픈 안보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기습은 곧바로 가자지구를 초토화하는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보복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21세기 가장 참혹한 인도주의적 재앙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1. 왜 2023년이었나: 대폭발의 정치·외교적 배경

하마스의 기습은 단순한 우발적 테러가 아닌, 정교하게 계산된 외교적·정치적 승부수였습니다. 당시 중동의 정세는 팔레스타인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아브라함 협정'과 팔레스타인의 패싱: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과 잇따라 수교를 맺었습니다. 심지어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코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마스는 이대로 가면 자신들의 독립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지워질 것이라는 거대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 내부의 절망과 이스라엘 우경화: 가자지구의 16년에 걸친 봉쇄로 주민들의 삶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극우적인 네타냐후 연립정부가 들어서며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과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증오의 임계점에서 하마스는 판도를 뒤흔들기 위해 거대한 도박을 감행한 것입니다.

2. 참혹한 전쟁과 전 세계로 번진 분열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과 인질 탈환을 목표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전면적인 봉쇄와 폭격을 퍼부었습니다. 전쟁의 양상은 현대전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현대식 시가전의 비극: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하에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터널망(가자 메트로)을 구축하고 민간인 거주 지역과 병원, 학교 등을 방패 삼아 게릴라전을 펼쳤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민간 시설을 무차별 폭격했고,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의 가자지구 민간인과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UN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과도한 집단 처벌이자 인도주의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전쟁은 중동 내부의 충돌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글로벌 물류 대란이 일어났고, 이란과 이스라엘이 사상 처음으로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등 '제5차 중동전쟁'의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았습니다. 서방 사회 내부에서도 친이스라엘 세력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극명하게 대립하며 전 세계적인 정치·사회적 분열을 낳았습니다.

3. 지워지지 않는 난제: '2국가 해법'은 살아남을 것인가

수많은 희생을 치른 이 비극적인 전쟁 끝에 인류가 도달한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다시 '공존의 모색'이었습니다. 무력으로 상대를 완전히 절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진실을 양측 모두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다시 한번 1993년 오슬로 협정의 정신인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된 두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해법이 실현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1. 상실된 신뢰: 하마스의 기습을 겪은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면 우리의 안보는 영원히 위협받는다"고 믿게 되었고,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을 겪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유대인 체제에 대한 증오를 뼈에 새겼습니다.

  2. 리더십의 공백: 가자지구를 파괴로 이끈 하마스도, 서안지구를 통치하며 무능과 부패를 보여준 자치정부(PA)도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변할 건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장기 집권을 위해 갈등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네타냐후 정부의 정치적 딜레마에 갇혀 있습니다.

결론: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걸어 가야 할 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성경 속 아브라함 시대로부터 시작해 수천 년의 종교적 약속, 19세기 시오니즘의 발흥,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무책임한 외교, 그리고 현대의 치열한 생존 투쟁이 겹겹이 쌓인 '지구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매듭'입니다.

분명한 것은 콘크리트 분리장벽으로 상대를 가두거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과 수천 발의 로켓포로는 결코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존재와 아픔을 인정하는 조심스러운 타협만이 이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그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비극의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중동의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작은 지지와 연대의 첫걸음일 것입니다.